일상의 지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말하지 못했던 시간들”

songje2025 2025. 5. 9. 10:35

 

"아빠, 나 요즘 좀 힘들어."

늦은 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TV에서는 뉴스 앵커가 무표정하게 기사를 읽고 있었고, 나는 리모컨을 눌러 TV를 껐다.
오랜만에 조용한 대화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인데?”

나는 의자를 끌어와 아들 옆에 앉았다.
그 아이는 며칠 전부터 말수가 줄었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서른 해 가까이 살아온 나보다 더 거칠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아들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 “회사에서는 내가 너무 작아져요.”

“회사에서... 사람들 눈치 보느라 숨이 막혀.
나만 뭔가 부족한 것 같고...
팀장님이 내보고 ‘요즘 MZ들은 자존심만 세다’고 했는데,
그 말 듣고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앉아만 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회사생활 하던 20대 후반 때도 그랬다.
회의 시간에 입 한 번 떼는 게 그렇게 어려웠다.
한 번은 내 아이디어를 발표하려다
“그건 실현 가능성이 없어”라는 말에 입을 다물고 며칠을 잠 못 잤다.

“그때는 말이야, 참고 버텨야만 살아남는다고 배웠지.
근데 그게 옳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넌... 너무 잘하고 있어, 진짜야.”

나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줬다.
그 말이 그렇게 늦은 것 같아, 가슴이 아렸다.

🎒 “아빠, 나 어릴 때 학교 끝나면 항상 집에 혼자 있었어.”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아들이 또 입을 열었다.

“근데 있잖아, 나 어릴 때 기억 중에
가장 외로운 순간이 뭔지 알아?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불 꺼진 거실, 식탁 위에 포스트잇 한 장.
‘밥 데워서 먹고 일찍 자. -아빠’
그게 매일이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들의 하루는
포스트잇 한 장으로만 존재하는 아버지와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난, 그냥 한 번만이라도
아빠랑 마주 앉아서 밥 먹고 싶었어.
말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했어.”


📦 “그런데, 나도 어느새 아빠 같은 사람이 되어가요.”

아들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이상하게 요즘 나도
회사에서 후배들 보면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지?’ 이런 생각해.
말은 안 해도 그런 눈빛으로 보게 돼.
그리고 저녁에 약속도 자꾸 미루고,
혼자 있는 게 편해서 친구 연락도 끊고...
그게 아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했다.
아들은 천천히, 어쩌면 나보다 빠르게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게... 슬프더라.
내가 꿈꾸던 어른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거든.”

나는 그 말에 손을 뻗어 아들의 등을 토닥였다.
그 작은 동작 하나에,
우린 오랜 시간 동안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 “이제는 서로가 되어가는 시간”

“아들아,
아빠도 사실 너랑 그렇게 밥 한번 제대로 먹는 게
소원이었던 적 있어.”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릴 때는 돈이 전부인 줄 알았거든.
니 학원비 대고, 옷 사주고, 졸업식 때 좋은 옷 입혀주고...
그게 아빠 역할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니 눈빛 한번 제대로 못 마주친 내가
제일 한심했지.”

아들은 조용히 내 어깨에 기대었다.
우린 서로에게 '그땐 미안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몸의 온도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 그리고 며칠 후 – 아들이 보낸 문자

며칠 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 “아빠, 나 다음 주에 휴가 받았어요.
그때 우리, 둘이서 어디 바람 좀 쐬러 갈래요?”

나는 잠시 폰을 들고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 “그래. 이번엔 내가 밥 사줄게.
천천히 걷자. 이번엔 말 많이 하면서.”


💬 마무리하며 – 너무 늦기 전에

사랑은 때때로 말로 표현해야 진짜입니다.
부자지간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혹시 지금,
아버지가 서운하신가요?
아들이 멀게 느껴지시나요?

📌 용기 내어 말을 꺼내보세요.
늦은 밤 소파 위에서라도,
주차장 차 안에서라도,
조용한 식탁 위에서라도.

말하지 못한 마음들은,
한마디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 그 첫마디를 꺼내보세요.